[사설] 17년만의 최고 환율 속 커지는 'S' 우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4원 오른 153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 종가가 1530원을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 속에서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S)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는 대외 변수 영향이 가장 크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 조짐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유가 급등은 필연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을 키우고 이는 다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와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까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현재 환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도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고 한다. 발언 직후 환율은 분 단위로 요동치며 당일 고점을 경신했고, 당국의 방어 의지를 의심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도하며 원화 가치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지금은 정책 결정권자의 말 한마디에도 시장이 출렁일 만큼 민감하고 불안한 시기다.
고환율, 고유가, 고물가의 ‘3고(高)’ 현상은 우리 경제 기초 체력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특성상 비용 증가는 기업 수익은 줄이고 제품 가격은 인상시켜 서민들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킨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물가만 오르는 상황이 고착되면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다시 기업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문제는 많은 세계 경제 전문가들이 이란 전쟁이 끝나도 상당 기간 유가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위기는 정책적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경기 침체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무차별적인 재정 확대에 매달리면 자칫 물가와 금리를 동시에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우려도 없지 않다. 지금은 현금성 재정 투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조선일보 입력 2026.04.01. 0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