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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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 또 하루-박성우
    또 하루-박성우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빨래를 해 널었다 바쁠 일이 없어 찔레꽃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텃밭 상추를 뜯어 노모가 싸준 된장에 싸 먹었다 구절초밭 풀을 매다가 오동나무 아래 들어 쉬었다 종연이양반이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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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23
  • 꽃잎-이정하
    꽃잎-이정하 그대를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 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앗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 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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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17
  • 남편-문정희
    남편-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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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 8월의 시-오세영
    8월의 시-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라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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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3

실시간 한국 기사

  • 골방-박운식
    골방-박운식 내가 자는 골방에는 볍씨도 있고 고구마 들깨 고추 팥 콩 녹두 등이 방구석에 어지러이 쌓여 있다 어떤 것은 가마니에 독에 있는 것도 있고 조롱박에 넣어서 매달아놓은 것도 있다 저녁에 눈을 감고 누우면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말소리가 방안 가득 떠돌아다니고 그들이 꿈꾸는 꿈의 빛깔들도 어른거리고 있다 나는 그런 씨앗들의 거짓 없는 속삭임들이 좋아서 꿈의 빛깔들이 너무 좋아서 씨앗들이 있는 침침한 골방에서 같이 잠도 자고 같이 꿈도 꾸고 하면서 또 다른 만남의 기쁨을 기다리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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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08
  • 다정이 나를-김경미
    다정이 나를-김경미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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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7
  • 또 하루-박성우
    또 하루-박성우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빨래를 해 널었다 바쁠 일이 없어 찔레꽃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텃밭 상추를 뜯어 노모가 싸준 된장에 싸 먹었다 구절초밭 풀을 매다가 오동나무 아래 들어 쉬었다 종연이양반이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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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23
  • 나는 그 저녁에 대해-고영민
    나는 그 저녁에 대해-고영민 저녁 무렵 대문 앞에 와 구걸을 하던 동냥아치가 마당에서 놀던 어린 내게 등을 내밀자 내가 얼른 그 등에 업혔다고 누나들은 어머니 제삿날에 모여 그 오래된 얘기를 꺼내 깔깔거리고 내가 맨발로 열무밭 앞까지 쫓아가 널 등에서 떼어냈단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루한 저녁은 떼쓰는 동냥아치처럼 대문 앞에 서서 나를 향해 업자, 업자 등을 내미는데 정말 나는 크고 둥글던 그 검은 등에 덥석, 다시 업힐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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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03
  •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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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30
  • 12월-홍윤숙
    12월-홍윤숙 한 시대 지나간 계절은 모두 안개와 바람 한 발의 총성처럼 사라져간 생애의 다리 건너 지금은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추억과 북풍으로 빗장 찌르고 안으로 못을 박는 결별의 시간 이따금 하늘엔 성자의 유언 같은 눈발 날리고 늦은 날 눈발 속을 걸어와 후득후득 문을 두드리는 두드리며 사시나무 가지 끝에 바람 윙윙 우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영혼 돌아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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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0
  • 그곳-오은​
    그곳-오은 거울이 말한다 보이는 것을 다 믿지는 마라 형광등이 말한다 말귀가 어두울수록 글눈이 밝은 법이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말한다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 수도꼭지가 말한다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치약이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변기가 말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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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2
  • 詩-서미정
    詩-서미정 갈망하는 기도 이 모든 것의 집합과 정열로 스스로 정화되는 마술 시는 나의 친구 나의 인생길 쌓인 상처 입은 영혼의 치료제 여행길 동행자 감성을 옮기는 스케치북 머리와 가슴으로써 내리는 시는 자기도 모르게 그리는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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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4
  • 대추 한 알-장석주
    대추 한 알-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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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19
  • 아침-신혜림
    아침-신혜림 새벽이 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 햇살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 이슬로 세수하는 꽃들 밤을 새운 개울물 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 안개를 거둬들이며 눈부시게 하루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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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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