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저녁에 대해-고영민
저녁 무렵
대문 앞에 와 구걸을 하던 동냥아치가
마당에서 놀던 어린 내게
등을 내밀자
내가 얼른 그 등에 업혔다고
누나들은 어머니 제삿날에 모여
그 오래된 얘기를 꺼내 깔깔거리고
내가 맨발로 열무밭 앞까지 쫓아가
널 등에서 떼어냈단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루한 저녁은
떼쓰는 동냥아치처럼 대문 앞에 서서
나를 향해 업자, 업자
등을 내미는데
정말 나는
크고 둥글던 그 검은 등에
덥석,
다시 업힐 수 있을지
저녁 무렵
대문 앞에 와 구걸을 하던 동냥아치가
마당에서 놀던 어린 내게
등을 내밀자
내가 얼른 그 등에 업혔다고
누나들은 어머니 제삿날에 모여
그 오래된 얘기를 꺼내 깔깔거리고
내가 맨발로 열무밭 앞까지 쫓아가
널 등에서 떼어냈단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루한 저녁은
떼쓰는 동냥아치처럼 대문 앞에 서서
나를 향해 업자, 업자
등을 내미는데
정말 나는
크고 둥글던 그 검은 등에
덥석,
다시 업힐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