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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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저녁에 대해-고영민

 

저녁 무렵

대문 앞에 와 구걸을 하던 동냥아치가

마당에서 놀던 어린 내게

등을 내밀자

내가 얼른 그 등에 업혔다고

 

누나들은 어머니 제삿날에 모여

그 오래된 얘기를 꺼내 깔깔거리고

내가 맨발로 열무밭 앞까지 쫓아가

널 등에서 떼어냈단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루한 저녁은

떼쓰는 동냥아치처럼 대문 앞에 서서

나를 향해 업자, 업자

등을 내미는데

 

정말 나는

크고 둥글던 그 검은 등에

덥석,

 

 

 

다시 업힐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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