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이병률

 

샀는지 얻었는지

남루한 사내가 들고 있던 도시락을

공원 의자 한쪽에 무심히 내려놓고는

가까이 있는 휴지통을 뒤져 신문지를 꺼낸다

 

신문지를 펴놓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도시락을 엎더니

음식 쏟은 신문지를 잘 접어 보퉁이에 챙기며 저녁 하늘을 올려다본다

행복을 바라지 않겠다는 것일까

 

빨래를 개고 있는지

옷감을 만지고 있는지

그녀는 옷을 쥐고 재봉틀 앞에 앉아 있다

눈이 내리는 창밖을 보는 것 같았다

만지던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겨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바늘로 생손가락을 찌른다

십일월 하늘에다 행복을 꿰매겠다는 것일까

 

어느 날 길이 나오듯 사랑이 왔다

어떤 사랑이 떠날 때와는 다르게

아무 소리 내지 않고 피가 돌았다

하나 저울은 사랑을 받치지 못했다

무엇이 묶어야 할 것이고 무엇이 풀어야 할 것인지를 모르며 지반이 약해졌다

새 길을 받고도 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사랑을 절벽에다 힘껏 던졌다

 

 

 

공중에 행복을 매달겠다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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