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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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에 우는 사람-조재도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환갑이나 진갑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 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 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며

운다, 울음도 변변찮은 울음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

반은 웃고 반은 우는 듯한 울음

한평생 모질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삭히고 또 삭혀도 가슴 응어리로 남은 세월

누님이 그랬고

외숙모가 그랬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그러면서 오늘

훌쩍거리며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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