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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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짓다-손택수

 

짓는 것 중에 으뜸은 저녁이지

짓는 것으로야 집도 있고 문장도 있고 곡도 있겠지만

지으면 곧 사라지는 것이 저녁 아니겠나

사라질 것을 짓는 일이야말로 일생을 걸어볼 만한 사업이지

소멸을 짓는 일은 적어도 하늘의 일에 속하는 거니까

사람으로선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매일같이 연습해본다는 거니까

멸하는 것 가운데 뜨신 공깃밥을 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 지상의 습관처럼 지극한 것도 없지

공깃밥이라는 말 좋지

무한을 식량으로

온 세상에 그득한 공기로 짓는 밥

저녁 짓는 일로 나는 내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네

짓는 걸 허물고 허물면서 짓는

 

 

 

저녁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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