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다운로드.jpg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황동규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國) 햇빛 속에서 겁 없이.

태그

전체댓글 0

  • 90856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황동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