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斜陽)의 가족사진을 찍다-고형렬
날개들 떠나기 시작했다
수돗가에서 두 철 까맣게 탄 도채장이들
분(盆)째 거실로 들인 남향의 오후
자 사진을 찍자, 저 멀어지는 빛으로.
이 시대의 시인은 없지만 우리끼리 시인이다
시인들이 말을 다 잃어버리고 있지만
우리만은 말을 물고 있어,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상했지 한로 상강 간은 소리가 없더라?
남양주 동산에 해가 지는 마음의 밑바닥에
사양을 대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자 나를 똑바로 보아, 하나 둘 셋, 찰칵.
아리고 슬픈 소리는 유리창 앞에서 끊어졌다
잠 속에서 해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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