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힌 나무-서경온
두서너 번 도끼날에
찍힌 나무는
차라리 넘어지기를 원한다
어린 나무들처럼 단번에 쓰러져서
단순한 슬픔, 단조로운 아픔 속에
두 발을 뻗고 드러눕고 싶어 한다
다친 자리마다 부풀어 오른 각질
엉거주춤 가리고 서면
이제쯤 오히려 그리운 것은
빛나는 도끼날의 허이연 웃음
두서너 번 도끼날에 찍힌
해묵은 나무는
차라리 넘어지기를 원한다
옆구리를 상하고도 드러눕지 못하고서
부질없이 피워대는 푸르고 붉은 잎새
제 슬픔을 전부 가리지 못해
찡그린 얼굴이 어여뿐 하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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